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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아닌


황정은 작가의 단편소설이다. 8편이 수록되었다. 독서토론 책이라 두 번 읽어서였을까. 황정은 작가의 책들 중에 가장 이해가 쉬웠다. 작가는 어딘가, 뭔가 부족한 사람을 관찰하길 좋아하는 것 같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무기력해보이고 희망적이지 않은 사람들. 돈이 없거나 직업이 변변찮거나, 뭔가를 잃어버린 사람들.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고, 애인과 이별하며상실을 경험한 사람들. 살아갈 생명력에 한쪽 무릎이 꺾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다. 그들이 처한 상황이 분명 끝은 아니다. 그치만 곧 쓰러지고 없어질게 분명한과정에 놓인 사람들의 이야기다. 끝이 보이는 관계, 곧 없어질 건물, 잃어버린 사람, 사랑하는 이와 이별한 이야기, 소멸해 가는 것들과의 기억을 소환해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소설에 실린 여덟 편의 공통적인 키워드는 "상실, 죄책감, 후회" 등이 떠오른다. 여덟편의 대부분이 소제목과 내용이 불일치한다. 어떻게 해서 이런 제목을 붙이게 되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오랜시간이 지나 이 리뷰를 읽을때를 위해 각 단편을간단히 요약해 보겠다. - 상행: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의 삶을 가늠하기 위해 다녀오던 길. 시골에서의 삶도 만만하지 않다. 돈이든 땅이든 뭔가가 있어야 한다는깨달음을 얻는다. 돈, 집, 땅도 없는 계약직을 전전하는 주인공,씁쓸하다.- 양의 미래 : 여학생 하나가실종됐다. 유일한 목격자인 나. 요즘 사람들은 타인에게 무관심하다. 아무도 내게 관심주지 않고, 나도 그랬을뿐이다. 근데 왜 다들 나를 욕하는 것 같지? 대체 여학생의 실종이 나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상류엔 맹금류 : 많은 양의 빚을 갚는데 젊음을 소진한 부모님, 아버지는 병까지 얻어 투병중이다. 수목원으로 가족나들이를 다녀온 이야기. - 명실 : 먼저 하늘나라로 간 친구 실리를 그리워하는, 치매증상을 보이는할머니의 이야기.- 누가 : 지금 내가 사는 곳이 사회에서의 내 계급을 나타낸다. 그 계급에 따라 소음의 정도도 비례한다. 층간소음, 사생활이 침해당하는 집에 살면서 스트레스 받는 소시민의 이야기. 돈 많이 벌어 좋은 곳으로 이사하고 싶은 마음은 한결같다. - 누구도 가본 적 없는 : 아이를 잃은 부부의 유럽 여행기. 상실의 아픔때문인가, 권태가 이유일까. 천천히 시들어가는감정의 피로함은 여행말미에 폭발한다. 여행가서 한번 이상 싸운적이 있어 감정이입이 유난히 쉬웠다. - 웃는 남자 : <디디의 우산>과 같은 이야기. 주인공과 배경, 큰 줄기는 같지만 디테일한 내용은 조금 다르다. 충돌이 있었던 버스안에서 내가 보호하고 붙잡아야 할 대상은 가방이 아니라 소중한 사람이어야 했다. - 복경 : 판매원의 노고와 스트레스를 간접적으로 경험했다. 고객과의 트러블보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더 스트레스였음이 은근히 공감되었다. 큰 사건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자잘한,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들이 되어버릴 어느날의 에피소드다. 누구에게나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 있는 흔한 일이다. 그 과정을 겪는 인물들의 마음과 사연을 들여다본다. 그럴 수 있을 만한 일들이 내가 그 입장이어도 뾰족한 정답이 떠오르지 않음이 답답하다.맞닥뜨리면 어쩔수 없이 겪어내야 하는 상황, 그런 상황에 처하지 않은게 그저 안심이 된다.
황정은, 신작 소설집
오랫동안 기다려온 여덟 편의 이야기

2014년 이효석문학상 수상작 「누가」
2014년 젊은작가상 대상 수상작 「상류엔 맹금류」
2013년 젊은작가상 수상작 「上行」 수록

황정은의 세번째 소설집 아무도 아닌 이 출간되었다. 파씨의 입문 (창비, 2012) 이후 4년여 만에 펴내는 소설집으로, 2012년 봄부터 2015년 가을까지 발표한 여덟 편의 단편소설을 묶었다. 이중 「上行」 「상류엔 맹금류」 「누가」 등은 유수한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이미 평단과 독자들에게 널리 사랑을 받아온 작품들이며(차례로 2013년 젊은작가상, 2014년 젊은작가상 대상, 2014년 이효석문학상 수상. * 「양의 미래」는 2014년 현대문학상을 수상했으나 차후 반려), 소설집 가장 마지막에 실린 「복경」은 한 신문의 칼럼을 통해 서비스직의 감정노동 문제를 다루면서 신자유주의 시대에 펼쳐지는 계급적 경험과 파토스를 날카롭게 그려낸 작품으로 언급되며 주목받은 바 있다.(오혜진, 한겨레, 2015. 5. 24.)


上行 _009
양의 미래 _037
상류엔 맹금류 _063
명실 _089
누가 _113
누구도 가본 적 없는 _137
웃는 남자 _163
복경 _1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