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30년이 가까워지다 보니, 고등학생 때 느꼈던 삶의 무게가 더는 기억나지 않는다. 아니, 솔직히 아무 생각 없이 지내다가 나이를 자동으로 먹었기 때문이다. 요즘은 어렸을 적부터 삶의 테크트리를 세운다지만, 나는 대학 원서를 쓸 즈음에야 과를 겨우 정했다. 그래서 문학동네에서 펴낸 청소년 테마 소설 시리즈를 보며 열심히 사는 친구들의 모습을 그려보았다. 그중 한 권인 <내일의 무게>(2014, 김학찬, 김해원, 오문세, 장주식, 전삼혜, 정연철, 최서경 지음, 문학동네 펴냄)는 다양한 형식의 짧은 글 7편을 통해 다양한 현실을 보여준다. 살이 찌면서 자존감도 낮아진 고등학교 여학생이 우연한 계기로 친구를 다시 찾은 이야기(오문세/잠시 막을 내리다)집에서는 상위 4%에 속한 언니에게 눌려 지내고, 학교에서는 같은 반 아이들끼리 성적을 두고 벌이는싸늘한 전쟁에 휩쓸리는 여학생의이야기(최서경/4%)자신의 틀에 맞춰 아이를 명문대 의대에 보낸 엄마의 목소리에 이어 엄마에게 맡기며 아무 책임감 없이 자라는 아들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이야기(김학찬/엄마의 아들)유일하게 SF에 들어가는 이야기로서, 공중 도시의 남자아이 가하와 해저 도시의 여자아이 나루가 만나 서로를 알아가고 인정하는 이야기(전삼혜/하늘의 파랑, 바다의 파랑)반장 선거에서 탈락하고, 뒤늦게 의대 진학을 꿈꾸지만 성적은 낮으며, 부모님은 귀농하셨고 장애인인 형은 연락이 안 되는 상태여도 용기를 잃지 않는 남학생 이야기(정연철/꽝! 다음 기회에)중학교 때 공부를 잘했지만 대안고등학교를 나와 그저 그런 대학에 간 후 주변의 시선에서 마음이 복잡해하는 이야기(장주식/나의 욕망 나의 상처 나의 자랑)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지만 할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가정 형편 때문에 꿈을 키우지 못하는 여중생 이야기(김해원/봄이 온다)가 차례차례 펼쳐진다.친구, 가족, 학업 성적, 진로, 하고 싶은 일, 잘하는 일. 청소년 시절에는 주변뿐 아니라 자신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앞으로 나아갈 바가 정해지지 않아서 생각하고 고민할 것이 많다. 당장 눈앞에 닥친 공부를 하느라 바쁘지만, 그보다 먼저 어떻게 살지 결정하는 것이 필요한 시간. <내일의 무게>에 나오는 아이들의무게가 현실적으로 다가와서 나까지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리고 더 무거운 것은 이제 내 딸아이가 겪을 일이라는 점. 아들의 인생을 처음부터 끝까지 설계하고 집행하는 엄마의 아들 의 엄마처럼 되지는 못하지만, 아이에게 아무 신경을 못 쓰는 꽝! 다음 기회에 의 엄마는 되지 않아야 하니 말이다.동문회에 가서 잘나가는 동문들을 볼 때마다 생각 없이 살아온 나를 반성하고, 자녀교육서를 볼 때마다 내 아이의 미래를 걱정한다. 청소년들의 생생한 마음을 들으면서 현실을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다.
어쭙잖은 태도로 이해하는 척, 하지 않는
나도 너희 같은 때가 있었지, 잘난 척 않는 이야기
이 소설들은 무엇을 하기를 당부하지도 미래의 계획을 세우고 관계를 변화시키고 콤플렉스를 벗어버리라고 충고하지도 않는다. 터널을 통과하는 빛도, 갈림길에서 방향표가 되어준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한 번 더 자신을 돌아보거나 대면할 수 있게 길을 열어 주는 이야기들이다. 너의 내일과 관계와 콤플렉스는 어떠했고 어떠하냐고. 그렇게 청소년들을 향한 응원과 공감을 담았다
「잠시 막을 내리다」 오문세
「4%」 최서경
「엄마의 아들」 김학찬
「하늘의 파랑, 바다의 파랑」전삼혜
「꽝! 다음 기회에」정연철
「나의 욕망 나의 상처 나의 자랑」장주식
「봄이 온다」김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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