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껌 좀 떼지 뭐

껌 좀 떼지 뭐 | 양인자(글) | 박정인(그림) | 샘터    양인자의 <<껌 좀 떼지 뭐>>는 제3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다. 이 책 속에는 <껌 쫌  떼지 뭐>, <북 치는 아이>, <너희를 위해서는 그러는 거야>, <천왕봉> 등 모두 네 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각각 주제는 다르지만 등장인물은 동일하다. 한 편씩 차례대로 살펴보기로 한다.       껌 좀 떼지 뭐   새로 부임해 온 교장선생님의 성격은 깔끔했다. 학교가 지저분해 보이는 것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껌을 씹거나 사탕을 먹거나 과자를 먹은 뒤 함부로 버리기 때문이라고 교장선생님은 생각하였다. 그래서 한 가지 결정을 내리게 된다. 그것은 곧 아이들이 학교에서 껌을 씹거나 사탕이나 과자를 먹다 들키면 봉사활동을 시키는 것이었다. 주인공 미나 도 구슬껌을 씹다가 6학년 오빠에게 들켜서 교장선생님 앞으로 끌려간다. 그래서 3주째 아침 일찍 등교해서 봉사활동으로 청소를 하고 있다. 미나가 그 상황에서 벗어나는 길이 딱 하나 있다.   바로 자신처럼 껌을 씹고 있거나 과자나 사탕을 먹고 있는 동생이나 친구나 언, 오빠 중에서 누구라도 두 명만 잡아오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미나도 자유를 얻을 수 있게 된다. 날이 갈수록 미나처럼 봉사활동을 하는 아이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곧 다른 아이들을 두 명씩 교장선생님 앞에 데려다 놓고 곧 풀려나곤 한다. 그러나 미나는 마음이 약해서 그렇게 하지 못 한다. 자신보다 어린 학년 중에서 풍선껌을 씹거나 사탕을 먹고 있는 아이들을 몇 번 잡았지만 실패였다. 아이들이 울어버리는 바람에 미나는 그만 포기하고 했다. 그런 미나의 모습을 지켜만 보고 있던 같은 반, 친구인 아영이와 다른 친구들이 일부러 껌을 씹으면서 미나 앞에 나타난다.   자신들을 교장선생님 앞에 데려다 놓고 미나는 그만 봉사활동에서 벗어나라고 하였다. 그러나 미나는 친구들의 말을 듣지 않는다. 오히려, 충고까지 해 준다. 껌을 씹고 난 후에는 꼭 종이 싸서 버리라는 것, 수업 시간에는 껌이나 사탕을 먹지 말라고 한다. 우연히 미나와 친구들의 모습을 지켜보게 된 교장선생님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 한다. 미나가 학교에서 껌을 씹다가 걸려서 오랫동안 봉사활동을 하게 된 것은 안타깝지만 그 덕분에 미나의 인격도 성숙해졌다고 생각한다. 친구들과의 우정 또한 깊어졌다. 아이들은 이처럼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성실히 해내면서 크게 성장한다는 것을 잘 그려낸 이야기였다.     북치는 아이   승학이는 할머니와 단 둘이 시골에서 살아간다. 아빠는 죽었고, 엄마는 집을 나갔다. 그래서 늘 외롭고 쓸쓸하고 숫기가 없는 아이이다. 그런 승학이에게 유일한 것은 학교 풍물반에 들어가서 북 을 치는 것이었다. 아빠와 엄마가 그립고 생각날 때 승학이는 북을 힘껏 치곤한다. 그러면 잠깐이나마 그리운 마음을 달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승학이가 그마저도 그만 둔 일이 생기는데, 그것은 할머니 때문이었다. 할머니가 자꾸만 승학이를 부모도 없는 불쌍한 아이라고 동네 사람들에게 말하는 것이 싫었던 승학이는 학교에서도 더 이상 풍물반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리고 늘 혼자서 놀았다. 차라리 그 편이 더 낫다고 생각을 한 것이다.   그런 승학이를 볼 때마다 할머니는 마음이 아팠다. 그 무렵, 서울에서 대학생들이 승학이네 동네로 풍물을 가르쳐 주려고 내려왔다. 마을 회관에 자리잡은 대학생들은 동네 어른들과 어우러져 서로의 정보를 주고니받거니 하면서 지냈다. 그때 승학이를 눈여겨 본 승현이라는 대학생 누나가 있었다. 승현이 누나는 승학이가 꼭 자신이 어렸을 때와 똑같은 환경이라면서 동변상련을 느낀다. 그리고 많은 것을 충고해주고 이끌어주려 애쓴다. 그러나 승학이는 워낙에 숫기가 없는 아이라서 그것마저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 한다. 그런 와중에 승현이가 한 가지 사실을 알아냈다.   승학이가 학교 풍물반에서 북 을 가장 신명 나게 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어떻게든 승학이가 다시 북채를 들고, 자신의 어려운 환경을 극복해 나가길 원한다. 처음엔 말을 잘 듣지 않았던 승학이였다. 하지만 친구인 준호가 승현이 누나한테 북 치는 것을 배웠다는 말에 질투심을 느낀 나머지, 자신도 다시 북채를 들게 된다. 대학생 형과 누나들하고 어울려 굿거리장단이니, 휘모리장단이니 하면서 신명 나게 한 판 놀고 나니 그동안 승학이 마음에 쌓였던 온갖 설움과 그리움이 쓸려나갔다. 그래서 승학이는 다시 새로운 희망을 꿈꾸게 된다.   대체로 짧은 이야기지만 구성이 탄탄한 작품이었다. 가독성이 뛰어났다. 그래서 단숨에 읽어버렸다.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서 읽어도 좋을 것 같고, 가족들과 함께 읽어도 참 괜찮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너희를 위해서 그런 거야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어떤 일이든,  지나치면 차라리 모자람만 못 하다 는 뜻이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5학년 1반 담임 선생님이 딱 그런 사람이다. 그는 어린 제자들 앞에서 지나치게 권위적이다. 교실에 들어오자마자 휴대 전화는 바구니에 넣어야하고, 발표를 할 때는 오른손을 살짝 들어서 손가락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시해야한다는 규칙을 정해 놓았다. 그런가 하면, 수업 시간에 이어 쉬는 시간까지도 교실에서는 어떤 잡담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처음엔 아이들이 불만을 갖고 선생님한테 종종 반대표를 던지기도 하였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선생님의 그런 행동들은 심해진다.   이에 아이들은 하나 둘 보건실로 가서 약을 먹고 안정을 취해야할 만큼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학교가 즐거운 배움터가 아니라, 빨리 벗어나고 싶은 공포의 공간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런 분위기를 견디다 지친 아이들은 스스로 선생님을 향해 반기를 들게 된다. 그것은 선생님의 어떤 질문에도 절대 대답을 하지 않는 것이다. 수업 시간이 지루할 수밖에 없는 선생님은 화를 내면서 아이들을 설득한다. 그러나 아이들의 마음은 이미 선생님으로부터 아주 멀리 벗어나 있었다. 그래서 선생님이 어떤 말을 해도 대꾸하지 않고, 아무리 무섭게 말을 해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선생님의 소원대로 아이들이 모두 입을 꾹 다물었는데도 불만이다.   이제는 아이들에게 말을 좀 하라 고 야단이다. "다다음주에 연구 수업을 하는데 손님들이 올 때도 그렇게 입을 꾹 다물고 있을 거냐며 당황해 한다. 그래도 아이들은 꿈쩍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같은반 재준 이는 쉬는 시간에 전교 어린이회 부회장 추천인 명부 에 친구들의 사인을 받기 위해 쉬는 시간에 잠시 소란을 피웠다는 이유로 담임 선생님은 재준이한테 끝내 추천서를 써 주지 않는다. 그래서 재준이는 결국 전국 어린이회 부회장 후보 등록을 할 수 없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은 아이들을 향해서 늘 자신의 권위를 무기처럼 휘두른다.   선생님의 일방적인 요구에 질린 아이들은 더 이상 선생님을 존경하지 않는다. 이제 교실은 침묵만 흐르고 선생님은 자꾸 아이들을 설득하지만 일편단심이다. 선생님은 이제 외톨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5학년 1반 교실에서는 아이들이 교실 가득 앉아 있어도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가 없고, 선생님이 아무리 말을 시켜도 누구 한 사람 대꾸를 하지 않는다. 너무나 지루하고, 답답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설마, 이 작품에 나오는 선생님처럼 자신의 권위를 내세워 아이들을 힘들게 하는 선생님은 없으리라!    천왕봉   체육 시간에 공놀이를 했던 휘빈이는 교재 연구실로 공을 가지고 들어갔다. 마침 아무도 없었다. 공을 들고 조금 안쪽으로 들어간 휘빈이는 어마어머한 비밀 하나를 손에 쥐었다. 그것은 교재 연구실 캐비닛 안쪽에 들어 있던 시험지였다. 1학기 기말고사를 하루 앞둔 날이었다. 휘빈이는 그것이 내일 자신들이 볼 시험지 임을 알고, 복도에 서 있는 현석이를 기어코 안으로 끌어들인다. 그리고는 시험지 한 장을 막 손에 들었다. 그때였다. "쾅!"하는 소리와 함께 담임 선생님이 들어왔다. 그대로 얼음땡이 되어버린 아이들은 선생님께 변명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담임 선생님은 아이들을 교장실로 데리고 간다. 교장 선생님과 상의 끝에 시험을 일주일 뒤로 미루게 된다.   이번 기말고사 시험을 잘 보면 최신 휴대 전화로 바꿔준다고 엄마한테 약속 받은 현석이! 준홍이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시험을 잘 봐야한다는 휘빈이!   도대체 아이들에게 시험이란 무엇일까 를 수없이 생각하게 만든 이야기이다.  그들 스스로 공부에 대한 필요성을 느껴서 시험을 준비했다면 그런 유혹에 빠져들진 않았으리라, 짐작해 본다.    퇴학을 당할까 봐, 걱정했던 아이들의 염려와는 달리 사건은 무사히 마무리가 된다. 그리고 벌 로 여름방학이 시작되자마자 담임 선생님과 함께 두 아이는 지리산 천왕봉으로 봉사 활동을 떠난다. 봉사 활동이란 곧 천왕봉을 다녀오면서 아이들 스스로 반성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나는 그 벌 이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을 무조건 윽박지르고 공포에 떨게 하는 것보다 곱절은 더 의미 있고, 가치가 있는 훈계 였기 때문이다. 그때 담임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이런 말을 전한다.   "세상에 쉽게 얻어지는 건 없어. 아무리 힘들어도 처음이 있고, 마지막이 있는 법이니까." (본문, p.126)   꼭, 현석이와 휘빈이가 아니었더라도 그런 상황이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험에 대한 강박증이 심한 건 아이들보다 어른들인지도 모른다. 앞뒤 잴 필요도 없이 무조건 올백 이라는 단어 하나로 우리 아이들에게 무거운 족쇄를 채우고 있는 건 아닌지, 나 부터 반성해 봐야겠다. 참으로 오랜만에 동화다운 동화를 읽을 수 있어서 기뻤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기분이었다. 온 가족이 함께 읽고 가족토론 하기에 딱 좋은 작품인 것 같다. 동화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2016.7.25. 심은유

제3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껌 좀 떼지 뭐 외, 동화 작가 양인자가 살려낸 생생한 인물들과 그들의 당돌한 이야기 네 편 나, 초등학교 5학년 소심한 여학생 미나. 잡을 것인가, 잡혀 살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껌 좀 떼지 뭐) 나, 초등학교 6학년 무뚝뚝한 시골소년 승학이. 승현이 누나와 함께 북을 치고 싶지만, 내 마음을 들키면 어떡해! (북 치는 아이)나, 5학년 1반 담임. 내가 바라는 건 오직 기본 바로 세우기 라고. 그런데 왜 다들 꿀 먹은 벙어리가 된 거야! (너희를 위해서 그러는 거야)우리, 6학년 단짝 휘빈이와 현석이. 교무실에서 우연히 발견한 기말고사 시험지가 우리를 시험하네! 볼까 말까? (천왕봉) 올곧거나 당찬 아이를 보면, 어른들이 우리보다 낫네! 라고 대견하게 여긴다. 아이가 어른보다 낫다는 것은, 힘이 세거나 아는 게 많거나 생각이 깊다는 뜻이 아니다. 거짓과 꾸밈이 없고 솔직하며 바르다는 것이다. 오롯이 동심에 뿌리내린 성품들일 것이다. 이 책에는 어른보다 나은 아이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수상작인 ‘껌 좀 떼지 뭐’는 학교생활 중에 빚어진 아이와 교장 선생님의 대립을 의미 있게 다룬 단편 동화이다. 교장 선생님과 주인공 미나, 이 두 캐릭터가 잔잔히 부딪치고 비껴가다가 나중엔 결코 싱겁지 않는 융합을 일으킨다. 아이들에게 터무니없는 일을 시키면서 어른들이 대는 핑계가 ‘너희를 위해서 그러는 거야’이다. 이 말을 그대로 제목으로 삼은 동화에 나오는 동민이 ? 재준이 ? 혜강이도 어른보다 나은 아이들이다. 여기에도 ‘기본 바로 세우기’로 조용히 할 것을 강요하는 담임선생님이 등장한다. 온갖 방법으로 아이들의 숨을 죽여 놓던 담임선생님에게 아이들은 자신들만의 저항을 시도한다. 이 밖에도 ‘북 치는 아이’의 승학, ‘천왕봉’에 나오는 현석과 휘빈도 어른들에게 심술을 부리지만, 심지가 곧음이 어른들 못지않다. 양인자 작가의 동화에 나오는 어른보다 나은 아이들은 푸성귀처럼 생기가 넘친다.

껌 좀 떼지 뭐 | 북 치는 아이 | 너희를 위해서 그러는 거야 | 천왕봉
추천사 _ 김병규 심사위원장
수상 소감 _ 양인자